강선영 작가노트

우리는 인생의 모든 단면들을 이해할 때 시각적 인식에 의존하고 ‘존재’에 집중한다. 하지만 세계는 서로 다른 상반된 개념, 즉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으로 이루어 졌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나는 불교 철학 ‘비움’에 근거해 실존이라 여기는 모든 것들은 단지 과거 혹은 미래라는 개념의 일부로 스쳐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세계를 보는 근본적 개념을 종교나 철학을 떠나 시각적 작품으로 접근하는 과정이다.

책과 설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재이다. 물리적인 부재 (비움)을 만들기 위해 종이를 잘라내고, 글자를 태워 없애고, 작은 판화들을 허공에 매달거나 다양한 종류의 그릇들을 종이로 캐스팅해 빈 공간을 담아낸다. 이 부재는 시각적인 오브제 속에서 비워진 혹은 사라진 부분으로 드러나게 된다. 최근에는 모든 상반된 개념들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기 위해 다량의 ‘종이 튜브’를 만들어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경계들도 있지만 언어, 종교, 문화, 정치 등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의 산물들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이러한 경계는 물리적이거나 아니건 간에 한쪽을 다른 한쪽으로부터 분리하고 막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 혹은 다른 공간, 다른 존재를 암시함으로써 인정한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연약하지만 강한 종이의 양면성은 나의 작품 속에서 삶과 죽음의 불가분적 관계를 나타내는 메타포로 사용되며 두개의 컨셉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비시각적인 것을 시각화하는 아이러니한 작업과정을 통해서 시각적 묘사가 불가능한 개념, 즉 존재와 부재의 끊임없는 병행 그리고 그 불가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또한 관객들이 작업을 관람하면서 그들 나름의 부재/ 비움에 대한 이해와 자연이 한 부분으로서의 사라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길 희망한다.

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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