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타큘러버나큘러 (2부)

II.

팀 파슨스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그리 예술에 조예가 깊지는 않다. 예술에 대한 관심은 실제로 팀이 학교를 다닐 때 시작되었다. 팀은 열세 살때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받았는데, 학생들이 디자인이나 기술 드로잉 중 하나를 골라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어린 팀은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그게 드로잉보다 더 재밌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부를 더 할 수록 저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일자리를 제일 빨리 얻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요. 처음 코스 중 하나를 영국 남서부에 있는 지역 기술 대학에서 받았고, 졸업장 (16-18세 사이라면 받을 수 있다)도 받았어요. 수학이나 영어같은 A레벨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 지금은 좀 후회해요.

코스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그는 포토샵과 비슷한 프로그램의 패키징과 그래픽 작업을 했다고 한다. 곧바로 나는 그와 제스가 받은 미술 교육에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내가 열두살 무렵 기술시간에 만들었던 편지꽂이는 검정색과 빨강색 스프레이로 칠한 바탕 위에 글자 N이 박힌 단순한 구조였다. 정사각형 쿠션부터 실로 짠 냄비 손잡이까지 가정시간에 만든 작품들은 기본적인 형태였다. 나에게는 학교 기반의 미술 활동보다 지역사회 프로그램들이 더 재밌었다. 또 그것은 도전과 만족감을 주었다. 고등학생때 미술 수업을 필수로 듣지 않아도 되었지만, 나는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수업을 반복해 수강했고, 내용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여름이 되면 나는 전국 캠프와 시립 밴드에서 지역 대회를 위해 오디션을 계속했다. 더 복잡한 기술과 레퍼토리는 국가의 교육 시스템의 지침이 아니라 내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다행히 영국의 학생들은 추가 교육이란 게 필요가 없다. 그의 학교 기반 예술 교육은 내가 경험한 바에 비해 대단히 높은 수준인 듯 했고, 팀도 이에 동의했다.   

디플로마 과정을 끝냈을 때, 팀과 그의 반 친구들은 연극 회사의 연례 프로그램 및 행사 달력을 만들어야 했다. "일이 많았지만 우리 모두는 작품에 정말 만족했어요." 팀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프로젝트는 실제로 일회성이 있고, 다 쓰면 사람들이 버리는 그런거죠. 저는 좀 더 영구적인 작품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어요." 한번은, 그가 부모님께 프렌치 프레스 커피 메이커를 선물로 드린 적이 있다. 프렌치 프레스가 매우 기발한 도구이고 디자인도 멋지다고 생각한 그는 수업 드로잉 프로젝트에 그걸 가져가기로 했다. 그는 프렌치 프레스를 이루는 모든 파트를 따로 떼어내 조형하여 새로운 제품처럼 만들었다. 그 작업을 본 팀의 선생님은 팀에게 산업 디자인 과정 수강을 제안했다. 팀이 해낸 그 작업은 본질적으로 산업 디자인에서 전형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팀은 그의 모든 관점을 의식적으로 3D 물체의 특성에 쏟기 시작했다.  

* * *

누군가는 디자인을 실용주의와 이상주의 사이의 긴장이라고 말한다. 그 분야에서는 종종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사에  접근해 문제를 파악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며 물건, 아이디어와 과정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꿈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디자인은 우리가 허락하는 만큼 반응성이 뛰어나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가 기능과 효과의 정의를 바꿔본다면 어떨까?

 

* * *

이 시기에 팀은 디자인의 "작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또는 그에 담긴 고귀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의하지 못했다. 그는 디자인 일을 해독해 나가야 하는 직업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Royal College of Art (RCA)에서 석사 과정을 등록하던 시기에 팀은 이론과 교육 및 스튜디오 실습이 어떻게 서로 작용하는지 더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존경하는 디자이너들 중 상당수는 교육자였다. 학부 과정의 디자인사 수업은 매우 좋았기 때문에, 팀은 가르치는 일과 그 일이 본인 작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곧, 그는 시간제 강의 기회를 제의 받았는데, 교육이 디자이너의 일에 높은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팀은 가르치는 일을 즐겼다. 수년 후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전임으로 학부생을 가르치는 자리가 생겼을 때 팀은 그 일을 맡았다. "나는 당시 제일 숙련된 디자이너는 아니었지만, 학부생에게 줄 수 있는 방대한 지식이 있었어요." 그는 말했다. "또한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런 종류의 삼중주 - 디자인, 글쓰기, 가르침 - 로 제가 하는 디자인 일을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팀이 신중하고, 사려 깊고 체계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아주 뚜렷하게 나타난다. 학부생일 때 음악학 수업에서 나는 작곡이 브람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을 배웠고, 그 결과로 그의 작품을 존경하고 연민을 느끼면서 그의 음악을 연주하게 되었다. 완벽주의자였던 브람스는 스스로에게 가장 나쁜 평론가였을 것이다(음악을 "잘 만들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많은 걸작을 비밀로 하거나 없애버렸을지 누가 알까?). 발대사리의 유명한 일화처럼 팀이 자신의 모든 작품 중 상당량에 불을 지른다거나, 순환하는 창작의 흐름이 주는 희열에 젖어있는 (Mozart처럼)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나는 그가 책임감이라는 부담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브람스가 겪은 작곡의 어려움은 위대한 독일식 음악 형태인 대위법을 존중해야 하는 의무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위법의 핵심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및 베이스의 음색 간의 관계와 리듬, 모양 및 윤곽 사이의 관계에 있다. 아마도 팀은 사물과 아이디어를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는 아마도 그들간의 관계를 발견하고 이해할 필요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III.

 

다니엘 뷔렌은 1971년 에세이 "스튜디오의 기능"에서 작가의 스튜디오를 고독하고, 사적이며, 직장인 동시에 예술가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곳이라는 전통적이고 익숙한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것은 원형과 개념 아이디어, 진행중인 작품들과 함께 반쯤 완성 되었거나 심지어 버려진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뷔렌의 관점에서 볼 때 스튜디오는 조심스럽게 보호 되고 규제된 공간이며 큐레이터, 딜러 또는 비평가가 정해진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건 오직 공공 장소에 전시 될 최고의 작품을 걸러내는 과정을 돕기 위해서이다. 갤러리, 박물관 또는 중요한 글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위해 선택된 사물은, 그런 다양한 상황의 특수성에 적응할 수 있도록 쉽게 변할 수 있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변성이  우연히, 결코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뷔렌의 경우, 이런 상황은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실제의 장소가 스튜디오임을 주장한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작품이 있어야 하는 곳이 스튜디오라는 이런 개념에 더 복잡한 요인을 추가한다. 대부분의 현대 디자인 -대량 생산되는 산업 디자인- 은 규모의 이론을 중심으로 되돌린다. 물건의 모양, 느낌 및 형태가 비슷하다면 그것들은 신속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숟가락은 모든 곳에서 똑같이 작동하며 효율성과 목적이 비슷하다면, 소파, 심지어 건물까지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물건의 독특한 디자인은 제작자가 우수한 방법으로 눈에 띄는 양식을 렌더링하고자 하는 점에서 조각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확장성은 물건의 반응성과 특별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확장성은 항상 혼란을 초래할까? 사회적 선과 단결은 기증성을 강조하고 상상력은 부족한 물건으로 나타나야만 하는가?

복제가 가능한 디자인 사물을 위한 공간이 존재할까?

40년이 조금 지난 후, 알렉스 콜스는 뷔렌의 사고 방식에 대안을 제시했다. <초학제 스튜디오 (Transdisciplinary Studio)>에서, 콜스는 우리가 포스트-스튜디오 시대 (어쩌면 포스트-포스트 스튜디오)에 왔다고 제시한다. 이는 1차원적인 아이디어의 공간 너머에, 오직 작가의 규율에 따라서만 정의 되는 스튜디오에서 작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작자는 자신의 전문 영역과 관련 없는 것으로 보이는 재료, 매체 및 주제를 탐구한다.또한그들은 실험을 하고 모호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을 조사하며 시험하고 가설을 세우는 등의 유동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게 바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화합시키는 이유로 보인다. 스튜디오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 아이디어 및 재료는 궁극적으로 제작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더 이상 세계와 동떨어진 스튜디오가 아니다. 스튜디오가 나타내는 물건은 그의 것이다.  창조 실천의 경계를 탐구하고 확장할 때 중요한 것은 민첩함이다. 그것을 통달하면 스튜디오를 마술의 장소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IV.



학부시절 제스가 노르웨이로 여행을 갔을 때 기호학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로 제스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관심이 생겼다. 그녀는 기호학에 관한 이론으로 빽빽히 차 있는 텍스트를 읽었고 디자인이 언어 및 비언어적 교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제스의 논문 프로젝트는 촉각적인 세라믹으로 만든 사운드 설치작품으로 이루어졌고, 이 프로젝트를 동반한 텍스트는 이런 종류의 다중 미디어 혼합물과 상호 작용하는 누군가의 사고 과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제, 그녀는 비평 이론을 사용해 디자인 물건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전달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Jess가 학부 과정을 마쳤을 때,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 작업방식과 사고 방식이 전형적이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그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즉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환경이 그녀에게 가장 잘 맞는지 알 수 없었다.  학부 프로그램의 멘토는 그녀가 RCA에서 새로운 석사 과정에 지원하기를 권유했지만, 제스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사고 방식과 작업 방식을 가진 롤모델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맨체스터에 머물면서 대학원을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제스는 기호학 연구를 하면서 인간 행동의 영역까지 접근했고, 이로써 디자인에 관한 생각과 의미 형성 방법을 더욱 더 명확히 했다. 그녀가 대학원에 입학 할 즈음, RCA의 디자인 상호 작용 프로그램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피오나 레이비와 앤소니 듄 (혁신적인 Dunne & Raby 디자인 스튜디오) 교수들은 기존에 있거나 새롭게 나타난 기술의 사회, 문화, 윤리적 영향에 대한 프로젝트와 지도를 진행해서, 제시의 입학 등록을 더욱 가치 있게 해주었다. 기술에 대한 사회와 윤리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진진한 논의를 배우면서 제시는 새로운 가능성을 얻었다. 그녀는 놀라움, 놀이 그리고 질문(사고)의 느낌은 디자인이 어떻게 문제의 "처리"와 "해독"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스는 석사 과정동안 읽고 연구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만들기에만 집중하기보다 가능한 미래와 대안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제시에게 새로운 작업 방식이었다. 처음 단계는 언제나 문제 해결이라고 믿었지만, 제시는 이제 해결책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큰 세상에 전달해야했다. 그녀는 이 과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스스로 미래의 대안을 상상하기 시작한걸까?  

졸업을 하고 제스는 계속 런던에 살고 싶었다. 몇몇 디자인 회사와 연구소에서 잘못된 시작을 한 후, 그녀는 시장 조사를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한 후 클라이언트에게 해석해 주는 일을 맡겨준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50명의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 사람들 모두를 기억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사람들을 캐릭터로 바꿔서 모바일 전자 회사 보고서 디자인에 쓸 수 있는 마인드 맵을 만들었어요." 그녀는 기억한다. 그녀는 그 때 디자인 연구의 대부분이 "진실"을 왜곡하는 픽션에 관한 것이라고 이해했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허구의 주인공을 만들어내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줄 때 디자인 행위가 변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경우에, 당신이 보고있는 것은 이 허구의 인물이 획득했거나 어쩌면 설계한 물건이에요. 디자이너인 당신의 역할은 배우와도 같습니다. 물건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당신의 가치를 직접 드러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세계관을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예로, 이 사람은 훌륭한 제작자가 될지, 이 물건이 탄생하기 위해 어떤 결정들을 내렸는지 등이죠. 그것은 언제나 디자이너의 견해와 윤리적 입장을 취하겠지만,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라는 사람에서 벗어나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게 되죠

 

(다음호에 계속) 

리안 노먼

작가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가(Communications Strategist)로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열정을 갖는다. 사려 깊은 콘텐츠 큐레이션과 적극적인 청취를 통해 사람들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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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Ann Norman is a Writer & Communications Strategist with a passion for sharing compelling stories. She helps people help themselves through thoughtful content curation and active listening. Discovering what people value allows her to understand how to create clear and concise prose that effectively communicates their best 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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