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성의 미학 : 수에나

 

Walk Together. 72x48.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Gaze At. 30x20.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Goat Man. 36x24. Acrylic,conte,oil pastel on canvas. 2017.

 

On The Bus. 40x30.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_2017.

 

Seated Ballerina. 30x20.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Selfportrait-The Crowd. 38x36. Wire drawing. 2017.

 

Selfportrait-The Crowd. 40x30.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Selfportrait-The Crowd. 72x48.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Selfportrait-The Crowd. 72x48.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Taking A Shower. 40x30.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Taking A Shower. 40x30. Acrylic, conte, oil pastel on canvas. 2017.

 

 

“세상은 상호 연관된 상태로 유지된다고 믿는다”

이 말은 수에나가 주장하는 예술관의 핵심이다. 독립적인 개체로 보이는 사물과 현상은 본질적으로 서로가 연관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에나의 작품 주제는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 결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작품 <자화상>은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이상적인 주제였으며, 세상의 어떤 대상 보다 존엄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었다. 물론 작업과정에서 다른 소재를 다루기도 했지만, 그것은 <자화상>과의 연결 역할에 필요한 부분이었다. <자화상>은 언제나 내적 관심을 중심으로 하여 외부의 요소를 추가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수년간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의 세계에 심취해왔다. 작품을 통해 자아를 사랑하며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화상>에서 타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에나는 서서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고, 서로가 모종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림 속의 <자화상>은 작가의 범주를 뛰어넘어 공동체라는 관계로 발전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공동체라 함은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고, 그가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을 흥미로운 대상으로 보게 되었다.

수에나는 인류애를 포옹한 예술적 표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심지어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자신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고 믿는다. 사람과의 관계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 역시 자신으로부터 연관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것이 개인의 삶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작가의 인물화를 자세히 살펴보자. 작품의 모델이 되는 사람들은 카페나 연극무대, 혹은 길거리의 사람들이다. 더 정확하게는 작가가 가는 곳 도처의 사람들이 모델이 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들로부터 받는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작가는 이들에 대해 생각한다. 대상이 누구이든 간에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바로 작가 자신을 대하는 것이므로 그들의 상황과 내면을 예술로 이해하려고 한다.

인물의 작품을 보면, 모델이 응시하는 시선은 관객보다 위에 있거나 마주보는 위치다. 특별히 이러한 초점을 두는 것은 정지된 화면의 모델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가 시간의 틈을 비집고 나오듯 우리에게 대화를 건네는 동작은 더욱 극적으로 친밀함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모델은 관객에게 자신에 대해 말하거나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서로가 공통적인 어떤 것에 말하려는 것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수에나는 근접한 거리에서 사람을 대할 때 인중을 먼저 본다. 특별히 인중에 관심이 많다고 스스로도 말한다. 대개 처음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눈이나 코를 바라보지만, 작가는 인중을 먼저 본다. 코끝에서 시작하여 입술 위 부분까지 이어지는 짧은 인중은 얼굴에서 그다지 두각을 내 보이는 부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인물의 인중은 어느 부위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작가는 인중을 보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다. 수에나는 입술을 움직이는 근육을 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대상에 대한 내면을 읽어낸다. 바로 이것이 그 사람을 알아가는 방식이며, 모델의 인중을 한결같이 그리는 이유다.

전신상의 인물에서 손이나 발은 종종 배경 속에 묻히곤 한다. 이런 표현은 커다란 동작의 몸짓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다. 전체적인 느낌을 전달하려면 세부적인 요소는 배제해야 한다. 자칫 형태에 구속되어 버리면 끝없이 그 안에 갇혀 버리게 된다. 손과 발을 배경으로 풀어버림으로써 화면의 공간을 더 넓게 펼치고, 인물의 동작에 시선을 두어 현재 상황의 특징이 부각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고유한 인물의 형태를 해체하는 과정을 극대화 시켜 인물과 공간의 일체감을 키워주기도 한다. 그의 인물들은 확실히 무언극을 펼치는 사람과 같다. 동작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말을 행동화시키는 공통점이 보이고 있다. 실례로 <통로에 앉아 있는 사람>, <주황색 사람>, <앉아서 손짓으로 말하는 사람> 모두가 동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 몸동작이 아닌 손이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면 관절과 잔주름까지 그려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수에나는 수줍음 타는 듯한 인물의 표정보다도 몸짓으로 제대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래야 대상에 대해 솔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에나의 작품은 드로잉 흔적을 많이 남기고 있다. 마치 채색이 덜 된 듯, 콘테나 연필의 선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느 경우에는 채색된 후에도 장단의 드로잉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에게 채색을 한다는 것은 색을 채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분리된 주제의 독립성과 공통적 요소 간에 필요한 표현방식일 뿐이다. 따라서 색이 채워지거나 비워지는 경우는 철저한 연결 관계상의 이유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드로잉도 연결 구조의 기능으로 존재한다. 인물의 형태를 보면 매우 분방한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한결같이 형태의 격식에서 자유로움을 알 수 있다. 인체의 구조는 갖추었으되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해체와 결합의 반복이며 드로잉은 이것들을 상호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얼굴과 연결된 어깨선 이라든지, 인물에서 배경으로 이어지는 선 등은 전혀 다른 것들과의 상호 조합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려 나갈 때 항상 연결의 반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색채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는데 예를 들자면, 인물의 팔 다리는 한 가지 색이지만 얼굴은 보색으로 그려져 두 사람간의 분리이자 연결된 관계를 상징하게 하는 방법 등이다. 이럴 경우에 거의 연필자국의 드로잉을 남기거나 지우기를 반복한다.

수에나의 채색 방법은 분명히 독창적이다. 그의 색채 활용은 드로잉의 연장선과도 같다. 어느 부위를 채우거나 칠하지 않고 그어나간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초창기부터 아크릴릭 물감을 사용하면서 농도를 연하게 하는 방식에 심취했다. 유화와 달리 속건성의 아크릴릭 물감의 특징은 종횡무진 하는 붓질과 잘 맞아떨어졌고 겹칠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보통 아크릴릭 물감은 바탕이 보이지 않게 색을 채우거나 불투명한 채색방법을 이용한다. 그러나 수에나는 엷은 채색법을 사용하면서 기포가 생기거나, 붓 자욱이 남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방식은 사람들의 눈에 낯설고 거슬려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물감은 붓에 의해 흔적이 남겨지는 것이 당연하고 어떤 일이 전개되는 과정의 순간인데 굳이 이것을 매끈하게 처리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우리가 이채롭게 경험해 볼 수 있는 현상인 것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연관 되어 있으므로 오히려 더 복잡한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그 내부에는 미와 추함이 뒤섞여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붓질 이후의 현상처럼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보기에 좋지 않다고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이미 사물과 현상에 대한 연결성의 차단과도 같은 것이다. 작가는 사람을 최고 소중한 대상으로 여기지만, 정물 하나를 그리더라도 사람을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 이처럼 대상이 가진 특성을 인정하는 자세는 채색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나타나고 있다. 작가의 예술세계로 불러들인 사람들은 붓의 움직임에 활력을 받는데 어떻게 가만히 색을 칠하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감정의 이입은 정해진 형식을 벗어나야 가능해진다. 이러한 드로잉 채색법은 작가의 사고와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직설적인 화법이다.

자화상과 더불어 “배”는 중요한 모티브이다. 배는 작가의 이상을 싣고 어디든 항해하는 존재이며 자신의 다른 형식의 표출이었다. 의인화 된 배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배의 자화상은 작가가 상상하는 이상향을 실어 나를 수 있었다. 화폭에는 작가가 살고 싶은 세상과 그곳의 풍경을 가득 채웠다. 예를 들어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 <나뭇가지 옆에 뜬 태양>, <섬이 된 거대한 지렁이>,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사탕나무>등이다.

상상은 예술가의 샘물과 같다. 창작의 원천이 바로 상상이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서 불가능한 표현은 없다. 대상에 대한 형태의 격식을 갖추지 않는 것은 인물과 인물의 관계를 다방면의 연결고리로 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만한 정도의 추측이나 상상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에게도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수에나의 예술은 상호간의 관계로 맺어진 인연의 실체를 작품 속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함이다. 실제적인 인간의 현실 모습과 생각 속의 상상은 예술 안에서 접점을 찾아간다. 수에나는 보이지 않는 끈을 믿는다.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연결성의 실체이자 새로운 현상을 이끄는 힘이기 때문이다.

 

 

천석필

1994 목원대학교 회화과 학사 졸업
1999 중국 중앙미술학원 석사 졸업
2002 밀알미술관 큐레이터
2005 이랜드문화재단 학예실장,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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