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원, 내적·해석적 상호작용하는 아틀라스

도시의 운명은 끝났다. 그야말로 폐허가 되었다. 인류의 숨은 아직 끊기지 않았는데, 그들이 디딘 땅은 더 이상 숨 쉬지 않는다. 인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지만 작고 너절한 이끼가 남아 있었다. 누구의 기대도 신임도 얻지 못한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생명력을 생성하고 줄기를 뻗더니 잎을 내고 마침내 꽃까지 피웠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그들이 잊고 있던 약속, 공원을 만들자던 그 약속은 완벽히 폐허가 된 후에야 비로소 실현되었다. 작가 문경원은 최근 몇 해째 ‘공원’에 몰두해 있다. 그는 여러 학문 분야와 함께 현장조사와 각기 다른 이론들을 기반으로, 미래의 ‘공원들’을 연구하고 있다. 그렇게 완성된 수많은 개념들은 설치작업과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확고해지며 과감한 이미지들로 선뵈고 있다. CG와 드론 촬영 등 영상기술을 구사한 대규모 설치예술을 비롯해 교토의 니시진 직물업체인 ‘호소오’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거대 직물 융단까지 작가 문경원의 ‘미래의 공원’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미래를 빌려와 현재에 대한 반성과 시각을 지니는 것’이 문경원 작업의 핵심이다. 모든 것이 제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리셋 될 수 없다고 여긴 작가는 건물을 부수고 땅을 말리고 공기를 회수했다. 그렇게 폐허를 만들었는데 작은 이끼가 남은 것이다. 아니 그것은 완전히 붕괴된 거대 도시 가운데로 어디에선가 날아왔다. 하잘것없는 미끼는 찬찬히 자연을 형성했다. 그것이 이제 뼈대만 남은 이 건물과 저 건물을 풀과 나무, 잔디로 연결한 것이다. 건물 아래는 폐허지만, 위로 떠있는 그러나 한없이 견고한 공원은 그렇게 형성되었다.

현재 일본 야마구치 YCAM(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에서 대규모 개인전 <PROMISE PARK-RENDERING OF FUTURE PATTERNS> (2015.11.28.-2016.2.14.)를 선보이고 있는 문경원의 ‘미래’ 혹은 ‘공원’에 관한 프로젝트 시작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YCAM 10주년 기획전에 초대돼 다른 다섯 명의 작가와 함께 신작을 선보였던 그는 시대의 미의식과 철학이 드러나 있는 일본의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것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상한 것이다. 단지 전시의 줄거리를 짜고 작가에게 작품을 맡기는 여타 미술관과 달리 리서치와 아카이브를 지원하고 과정에 협조하는 YCAM 시스템에 매력을 느낀 작가는 자신이 세운 시공간에 관한 거친 줄거리를 제안하고 같이 구현할 것을 제안했다. “운명이 다해 망한 도시, 이후 생성된 공원”에 대한 생각의 근거들을 같이 찾기로 한 것이다. 작가는 그곳에 있는 여러 명의 협력자에게 야마구치 지역의 옛 구획 흔적, 버려진 땅과 철길, 파킹 랏 등에 관한 조사를 맡겼고, 의아하리만치 그들은 생각을 한곳에 모으며 진취적으로 리서치를 수행했다. 물에 잠긴 탄광, 옛날 댐, 버려진 공원 등 조사 범위는 확대됐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많은 폐허가 있었다. 역사적 근거와 사회적 인과관계가 모이자 작가적 상상으로 제안한 이야기를 전지적 시점으로 디자이닝하고 싶은 욕구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된 것이다.        

2013년 YCAM에서 열린 <예술과 집합 지성(art and collective intelligence)>전은 소셜네트워크나 여타 오픈 개발 플랫폼 같은 컴퓨터-네트워크 결합 방식으로 인해 지식 형태에 어떤 변화들이 야기됐는지를 살펴보는 국제 그룹전이었다. 참여 작가들은 예술적 표현이 어떻게 우리 미래 사회와 환경, 철학, 소통을 방해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했는데, 이 전시에 참여한 문경원은 자신의 중심 주제로 모든 도시와 문화에서 나타나는 ‘공원’을 주제로 택한 것이다. 그는 자연적으로 구축된 것과 인공적인 산물 사이의 교차로로써 그것을 바라보고, 다양한 지적 상상을 펼쳤다. 그리고 이것이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미래의 공원을 디자인하는 ‘PROMISE PARK’의 시작인 셈이다.

그는 우선 각양의 아카이브로 전시를 구성했다. 미래의 공원을 구상하기 위해 실마리로 마련된 3개의 선구적 ‘공원’ 사례가 주축이 됐는데, 게스트 조사원 하라 루리히코(Hara Rurihiko)가 정원의 역사와 민속사의 관점에 입각해 공원의 원형 중 하나로 여겨지는 ‘뜰/정원’에 대한 고찰을 출발점으로 야마구치 시내의 현지조사를 수행한 성과가 몇 가지 모형과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소개됐고 또 그 밖에 1,000년 이상에 걸쳐 사람들이 살아 온 취락을 조사하는 ‘천년 마을 프로젝트’ 활동 및 대지미술 작가 로버트 스미드슨(Robert Smithson)이 생전에 남긴 뉴욕 센트럴 파크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자연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도 전시를 통해 조망됐다.

오래전부터 공원은 도시의 경계 또는 중요한 지점으로 인식돼 왔다. 고대 의례에서 축제의 공간으로 사용됐던 정원은 역사적 변화와 단절 등을 겪은 후 궁극적으로 현재 공원의 형태로까지 진화했다. 게다가 공원은 종종 낙원으로 찬양되기도 했으며, ‘개인들의 욕망을 넘어선 것’으로 공동체와 마을을 만드는 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던 게 사실이다. 포스트모던 시대, 범람하는 도시들의 초과된 기능을 흡수하고 중화시키는 역할 또한 공원의 것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한 이 곳’에 작가 문경원은 해석의 여지가 많음을 간파한 것이다.  

YCAM과 함께 지난 3년간 ‘미래의 공원’ 탐색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작가는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선보이는 전시에 니시진 직물업체와 함께 제작한 거대 융단 설치작업까지 선보였다. 그가 생각하는 공원의 모습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각적 패턴 안에 개념적 패턴까지 갖춘 카펫을 선택한 작가는 각종의 직물을 살폈다. 그러던 중 일본 전통 기모노 천을 짜는 한 업체와 협업하게 된 그는 자신이 구축해 온 드로잉이 씨실과 날실, 명확한 디지털에 의해 직물로 짜이는 결과를 얻게 됐고 그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져 전시장을 덮는 것이 아닌 조금씩 더해지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씨실과 날실의 이원적 결합은 그 자체로 아카이브와 인간 신체/지각을 연결시키기 위한 기회로 제시된다. 여기서의 직물은 어떤 종류들의 시뮬라크룸, 그리고 휴대 가능한 이동수단이 된다”고 피력하는 작가는 직물이 만들어지는 광경과 사운드는 물론 공원에 대한 개인들의 사소한 기억을 인터뷰한 음향을 넣은 영상작업을 대형 설치와 더불어 배치했다. 회화와 조각, 사운드와 내러티브가 융·복합된 작품이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짧게 술회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작가의 말마따나, 현대의 전형과 그 황폐화로서 ‘공원’을 재정의함으로써 미래의 공공장소가, 공공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유토피아를 꿈꾸다 디스토피아를 만든’ 인간의 오류와 현상을 작품을 통해 말하는 작가는 사람과 기술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게 되었을 때 공공과 개인이 접속하는 공원의 모습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라는 문제를 통해 그 해결점을 찾고 있다. 그런 까닭에 파괴적 자연 재해의 결과로 변화된 2070년의 사회적, 자연적 환경을 예측하며 문경원은 건축가와 조경사, 그리고 식물학자들과의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토론까지 병행하고 있다. 회화, 영상, 설치 등 매체를 활용한 시각적 표현으로 함축적이면서도 내러티브하게 그려내온 작가는 지금 전혀 새로운 환경 조건들을 세우고 그것에 예속된 도시에 존재할 공원들을 만들고 있다. 당장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쩌면 당장 벌어질지 모를 미래를, 그는 설계하고 조각하며 차분히 대비하는 것이다. 여러 현실로 비춰볼 때, 인간들이 더 이상 지상에 살지 못하고 고층건물들의 지붕에 생성된 땅을 디뎌야 할 미래 도시 풍경은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 그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미래의 공원에 대해 문화사, 민속학, 미술사, 미디어 그리고 건축사 등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실마리를 찾고 있는 작가 문경원은 텍스트와 여타 자료 이외에도 감각적으로 경험 가능한 이미지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 미국의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수학한 후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인간과 풍경, 특정한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역사와 개인, 현실과 이상 사이의 모순과 실존 관계를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질문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미술계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는 현대예술과 작품의 의미, 전시의 소모성, 비평의 부재 등에 관해 고민하던 중 2009년부터 전준호와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며, 개인 작업도 병행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리움, 백남준아트센터,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카셀 도쿠멘타 13, 해인아트프로젝트, 서울 국제미디어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글。 정일주

월간 <퍼블릭아트>의 편집장

사진。 문경원

미래의 공원에 대해 문화사, 민속학, 미술사, 미디 어 그리고 건축사 등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 하며 실마리를 찾고 있는 작가. 텍스트와 여타 자 료 이외에도 감각적으로 경험 가능한 이미지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와 동대학원, 미국의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수학한 후 연세대학교 영상대학 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인간과 풍경, 특정 한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역사와 개인, 현실 과 이상 사이의 모순과 실존 관계를 자신만의 독 특한 언어로 질문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미술 계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는 현대예술과 작품의 의 미, 전시의 소모성, 비평의 부재 등에 관해 고민하 던 중 2009년부터 전준호와 <뉴스 프롬 노웨어 (News from Nowhere)>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며, 개인 작업도 병행중이다. 국립현대미술 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리움, 백남준아트 센터,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 보였으며 카셀 도쿠멘타 13, 해인아트프로젝트, 서울 국제미디어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정일주

<Spectacular Vernacular>전에 부쳐
리안 노먼
소박한 염원들을 마주하는 진심어린 위령제 : 지슬
김영헌
천지왕본풀이로 보는 제주의 신화 이야기
송문석
Graphic Designer-Artist of the Museum, Na Kim
김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