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acular Vernacular>전에 부쳐

Decision Maker2 Yes_ Photo credit_Jonathan Allen

 

프롤로그

<Spectacular Vernacular> 전 -  http://parsonscharlesworth.com/Spectacular-Vernacular-Solo-Exhibition

 

 나는 미술작품(art object)의 가치와 그 의미에 대해 자주 글을 쓴다. 그것들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즉 우리에게 어떤 영향 줌으로써 스스로의 장르나 스타일 범주를 초월하는지 설명하고 싶다. 내가 미술작품과 그 아이디어에 대해 쓸 때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늘 있고, 그 이유로 최대한 객관적 시각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느낌을 그림이나 소리 정도의 증거로 한정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꾸준히 찾고자 하는 것은 감정의 반응과 분석적 혹은 지적 관찰간의 화합점이다.

나는 미술작가이기 전에 음악가였다. 음악은 글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쓰는 예술이다. 작품을 숙지할 때 필요한 지성은 감정과 다른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실현되고, 감정의 가치를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이런 방법의 예술 "경험"은 압도적일 수 있어서, 공연예술을 감상할 때, 감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은 아마 과도한 보상심리일지도 모르겠다. 그 방법이 펜으로 명암 넣기라던지, 수채화 물감 흘리기나 붓으로 두드리기, 아니면 꾸덕하게 유화물감 칠하기든지 간에, 세계를 예술로 창조해낼 때 문화적인 대상들은 우리 외부에 존재하는 이유로 그 의미가 커진다.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을 때 쉬운 일이 된다. 하지만 사물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는 기록 되고 보관되어 함께 기억될 수 있어야만 한다. 책과 그림, 노래와 춤은 그에 대한 반응이자 소통과 경험의 잔여물이다. 

문화를 이루는 대상들은 형태, 강렬함, 존재성과 문맥을 통해 사람들의 정체성을 명백히 드러낸다. 이걸 알고 있는 나의 작업은, 문화의 중재자이고 통역사이며 관리자라는 무거운 부담을 진다. 나의 “역할"은 문화를 이루는 대상들이 좋던 나쁘던 혹은 상관이 없을지라도 최대한 정확히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것이다. 매번 작업은 인류에 대한 탐구가 되는데, 다시한 번 말하지만, 이는 내가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내 창의적 관심사들을 통합하고자 할 때, 거리를 두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방법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강조하는 주관성 사이에서 자주 흔들린다. 그 고민로서 결국 영혼의 감동  -  구체적이고 일시적인  -  을 모두 가리키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로 인식의 방법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낸다. 한동안 나는 객관성과 주관성간의 균형점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고, 이 과정이 더 나은 이야기 구상에 도움이 됨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우리의 “오브젝트”란 아름답게 디자인 된 것들까지도 모두 공유되어야 한다. 세계를 창조하고 감정을 오브젝트로 옮기는 능력은 우리가 모호함을 끌어안고 더 나은 질문을 하게 만드는 힘이다.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 두 가지의 범주로 한정시키는 이분법적 세계에 오브젝트들이 꼭 존재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경계선이란 깔끔하게 정리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의 객관성은 즉 주관성이며, 누구나 마찬가지다.

 

I.

제시카 찰스워스는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다. 그녀의 어머니는 패션디자이너였고, 할아버지는 엔지니어이자 수선공이며 발명가였다. 그녀가 문화, 예술과 공예를 접하며 자란 사실이 중요하다. “저는 런던의 작은 외곽 마을인 그레이트 미센던에서 자랐어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버킹험셔의 그레이트 미센던이라니, 아무리 애써도 이보다 더 영국사람처럼 들릴수 없겠죠.”

제시카는 동화책 작가인 롤드 달이 같은 동네 출신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가끔 시장이나 신발가게에서 그를 보곤 했다고 한다. 롤드 달이 책에 사인도 해 주었는데, 그가 쓴 책을모조리 읽어치웠던 어린 소녀에게 이는 대단한 일이었다. 제시는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글쓰기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제시카는 만들기라면 다 좋아했지만, 선생님들이 내주신 글쓰기 숙제가 싫었다. “부담이 너무 컸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림이 그려진 한 장, 아니면 세 장 정도의 플래시카드를 보고 글을 써야 했죠. 나는 그냥, ‘이것은 레몬이고, 여기에 농구공이 있고, 저것은 양이다' 라고 적고 싶었어요.” 그녀가 설명했다. 제시카처럼 조숙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에에게도 글쓰기는 큰 스트레스였다. 

제시카는 십대 때 예술에 대한 열정을 발전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대학입학시험(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Advanced Level, 영국 학생들이 16세에 시작하는 대학 입시 과정- 직업 과정도 있음)을 거쳐 대학 1학년 때 소묘와 회화, 그리고 용접, 목공 같은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 

1학년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아가는 시간이었어요. 우리는 다양한 예술 매체와 여러 사고방식을 시도했죠. 저는 아주 제한된 환경에서 이런 방법으로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게 아주 색달랐고, 예술학교에서 그래야 하듯, 뭐든 막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내 사고방식과 가족, 정체성, 성격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죠. 그 이전에는 그랬던 적이 없어요.

당시 제시카의 작품은 별나고 환상적인 특징을 띄었고, 창작 활동의 관계적, 사회적 양상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한 작품에서 서류 캐비넷을 자신의 인생을 대변하는 장치로 나타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성격, 소망과 감정들을 그림으로 그렸고, 이런 이미지들을 서류 캐비넷 서랍 안으로 집어넣었고 윌리엄 블레이크나 프리다 칼로 같은 예술가들처럼 풀어냈다. 십대의 불안과 유머로 가득한, 자유분방한 접근 방법이었다. 제시는 이 작업으로 타인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무한반복 재생으로 틀어둬요. 그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  비브라토의 모든 진동과 오토튠, 4분음과 활주법, 스네어 드럼의 모든 “파라디들” 스틱 패턴, 화음연결과 코드 체인지 같은  -  낱낱이 알고 싶어요. 그것들을 모두 알아낼 수 있다면, 내가 왜 감동을 받는지 알 수 있을 테고, 이 깨달음은 제가 스스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가르쳐주니깐요.

 제시카가 처음으로 인간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시작한 방법이 바로 듣기였고, 그 이후 다른 예술 형식을 통해 탐구를 계속했다. 그녀의 감각적 공예, 예술 프로젝트, 독특한 디자인과 글쓰기 방식 찾기 등은 나아갈 방향을  찾는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weird(역자:이상한, 괴짜같은)"라는 형용사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느낌  -  어색함, 불편함, 긴장감에 독특함도 함께 버무려진 그 느낌  -  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제시와 한 적이 있다. 그녀가 어렸을 때, 괴짜 거미와 그의 외계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어린이 장난감 키트 재료를 가지고 본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는 했다는 이야기도 기억한다.  만들면서 생각하는 방법이 그녀에게 강한 매력을 주고 있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던 모습도 기억한다. 이는, 미대 재학중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드러났는지에 대해 그녀는 말 한 적이 있다.

저는 무언가를 언제나 만들지만, 다른 이들의 참고자료로 쓰이기 위해 디자인을 하는 일은 너무  겁나는 일이예요. 무언가를 미리 계획해서 “잘" 하는게 저한테는 별로 편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차라리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고 고치면서 모형을 만들거나 스케치하는 게 나아요. 계획하고 그릴 수 있더라도, 내가 그리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으로 구상이 되진 않아요. 그리면서 되돌아가 고칠수는 있죠. 만들기를 통한 디자인(design through making)의 개념, 직접 해보는 이런 작업 방식은 제가 나중에 맨체스터 에서 배운거에요. 거기서는 사람들이 디자이너-메이커가 되기를 강하게 권하는 분위기에요.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 재학하며 제시카는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사고 방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물질성, 즉 아티스트나 디자이너가 쓰는 재료들이 결과물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그 개념을 좋아했고, 이런 작업 방식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제시카는 곧 자신이 작품을 만드는 동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들기는 언제나 좋아했지만, 왜 좋아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제야 저만의 철학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

그녀는 특히 빅터 파파넥의 사상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책 <인간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Real World)>(1971)은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디자인 방법에 주목한다. 파파넥이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책임감 있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들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도서관에서 그 책을 찾고, 우와! 하고 감탄했어요.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그 태도는 직접적이고 중요한 문제라 느꼈어요. 집에 바스툴만 있으면 디자인이 완성된다 믿는 이들을 위한 책은 절대 아니었어요. 우리는 이에 대한 포괄적 개요를 학교에서 숙제로 배웠지만, 저는 디자인과 미술이론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제가 다루는 내용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해 디자인을 하고 언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와 방향을 찾고 있었던거에요. 그렇게 해서 저는 만들기 과정의 안내자로 이야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어떤 디자인 이론가들과 비평가들은,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디자인이 기능성보다 항상 우선시되고, 그 이론상 바스툴은 단순히 키가 높은 의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디자인은 의도를 전달할 수 있고 이유, 이성, 의미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을 제기할 수 있어요. 예술 오브젝트처럼, 디자인 오브젝트도 이 세계에서 단순한 사용 가치를 넘어서 ‘작품’이 될 수 있어요. 소비재들은 사람들의 생활을 위한 것이고, 용도가 있는 물건들은 각자의 삶을 위한 것이죠. 소비재들은 사람들로부터 스스로의 성격을 끌어내리지요. 그리고, 명사처럼 확실하고 비언어적인 ‘사물’을 노동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언어는 ‘우리 손으로 한 작업’이 눈 앞에 없다면 그게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암시합니다. 디자인 오브젝트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자니 다른 궁금증이 생겼어요. ‘다른 건 뭐가 또 있지?’

리안 노먼

저는 작가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가(Communications Strategist)로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려 깊은 콘텐츠 큐레이션과 적극적인 청취를 통해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리안 노먼

작가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가(Communications Strategist)로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열정을 갖는다. 사려 깊은 콘텐츠 큐레이션과 적극적인 청취를 통해 사람들을 돕는다.

Lee Ann Norman

Lee Ann Norman is a Writer & Communications Strategist with a passion for sharing compelling stories. She helps people help themselves through thoughtful content curation and active listening. Discovering what people value allows her to understand how to create clear and concise prose that effectively communicates their best 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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