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더불어 거주하는 풍경: Lucia Kempkes의 작업에 대하여

 

Parallax:Ebene drawing #1, pigment on paper, ca. 150x180cm, 2015

 

Parallax:Tal drawing #1, graphite on paper, 150x720cm, 2016.

 

Parallax:Ebene, video loop,10min,
at Lucia Kempkes: Parallax:Ebene (sound by Stefan Maier), 67, NYC, 2015.

 

Parallax: Berg drawing #1, sawn paper sculptures, all different dimensions,2015/16.
at Lucia Kempkes and Tim Wulff - Parallax: Fata Morgana, SLEEP CENTER, NYC, 2016.
and Lucia Kempkes - Parallax: Tal, Display, Berlin, 2016.

 

Parallax:Ebene drawing #2, graphite on paper, 150x430cm, 2015.

 

Parallax:Fata Morgana, photocollage, 2016.

 

Parallax:Berg drawing #2, graphite on paper, 150x360cm, 2015.

 

Parallax:Fata Morgana #1, hand drawn stereogram,graphite on paper,150x220cm, 2015.

 

Parallax:Fata Morgana #2, hand drawn stereogram, graphite on paper,150x230cm, 2015.

 

o.T. Landschaft #1, paper and pigment, ca. 300x200cm, 2014.

 

Paper Object #1, sewn paper (white thread, white paper), 150x10x10cm, 2014.
Parisloops, Video loop, 2014.

 

 

Five drawings (two above), graphite on paper, each 350x300cm, 2014.
Installation of Myriorama #2 at Espace Surplus, Berlin, 2014.

 

o.T. Landschaft #2, paper and pigment, 160x200cm, 2014.

 

o.T. Landschaft #4, video loop, 10min, 2014.
at Lucia Kempkes: Mindscape Universe, Galerie Vincenz Sala, Paris, 2014.
and at Zur Perle, Groupshow at Embassy, Berlin, 2015.

 

Paper Object #4, sewn paper and china ink, various dimensions, 2014.

 

o.T. Landschaft #8, paper and pigment, ca. 210x300cm, 2015.

 

o.T. Landschaft #6, paper and pigment, ca. 80x60cm, 2014.

 

o.T. Landschaft #7, freestanding drawing, china ink on paper, 150x100x60cm, 2015.

 

Paper Topography
Leporello book made of 98 drawings,fineliner on paper, each 21x29,7cm, 2013.
at Letting Grow, Espace surplus, Berlin, 2014.

 

Mindscape, video loop, 25min, 2013.

 

o.T.
graphite on paper, 350 x 210cm, 2011.

 

우리가 거대한 풍경 앞에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언제나 그 자리에 견고하게 서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믿음이 필요한 이유는 불현듯 발생하는 우연의 사건들이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반면 불안감과 두려움을 심어놓기도 한다는 데 있다. 고로 우리는 변하지 않고 언제나 한 자리에 굳건히 존재하여 우리를 위로하는 무엇인가를 늘 갈망한다. 여기에는 유년의 추억, 고향에 대한 기억, 장대한 풍광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영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본래적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깊은 절망감밖에 없다. Lucia Kempkes의 작업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바로 이러한 풍경의 연약함과 덧없음이다.

 

풍경과 관련된 서구의 철학적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임마누엘 칸트의 ‘숭고론’이다. 그에게 숭고는 ‘형식적으로 합목적적인 것에 대해 우리가 지니게 되는 무관심한 만족인 미’와 구분되는 것으로, ‘우리를 보잘 것 없는(덧없는) 존재로 만들어 공포심을 자아내지만 반면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때 동반되는 신체적 행위가 바로 ‘관조’이다. 따라서 이러한 숭고는 비현실적이며 종교적인 것에 가깝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서양미술사에서 오랜 시간 동안 풍경화는 현실의 장면을 이상화해왔으며, 그 안에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사건을 담는 데 치중해왔다. 물론 이러한 ‘성스러운 장면들’은 17세기 플랑드르의 화가들에 의해 ‘현실의 장면’으로 치환되게 된다. 이들은 인간들의 소소한 일상이 진행되는 장소 그 자체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동안 숭고의 대상으로 군림해오던 풍경은 비로소 미의 대상으로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다. Lucia Kempkes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그 동안 지녀왔던 풍경에 대한 관점과 사유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의문들을 여러 매체(드로잉, 비디오작업, 종이를 이용한 입체작업 등)를 통해 펼쳐놓는다.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움직이는 풍경’으로 고전적인 풍경에 대한 관념에 동시대적인 이념을 이입하는 것이다. 작가는 칸딘스키를 인용하면서 드로잉의 선 역시 이동하는 점들의 흔적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이러한 드로잉의 성격은 비디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의 신체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간극과 관점의 변화로, 우리의 감정과 기분 그리고 상황에 따라 풍경이 수시로 변화하고 이동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Lucia Kempkes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설치작업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한곳에 견고하게 머물러있지 않은, 유연하고 덧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해하지 않아야 할 것은 이 덧없음이 16~17세기 유럽의 화단을 점령하였던 바니타스의 허무주의와 다르다는 점이다. 오히려 Lucia Kempkes의 작품은 관점의 소유자인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재고함으로써, 근대적 사고체계를 분해하여 재배치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거의 진리가 뒤흔들리며 진리의 부재 현상이 발생하는 것(진리의 덧없음이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녀의 작업은 고정된 하나의 시점이 개입하였던 과거의 바라봄의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Lucia Kempkes의 작업에 대해 비평한 바 있는 Genevieve Lipinsky de Orlov에 따르면, 작가의 작업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메커니즘이 혼재되어 있으며, 신체의 개입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뉴욕과 파리에 거주하는 지인들의 흔적(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전송한 풍경이미지)이 참여하고 있으며, 풍경의 한 요소(이를테면 산)를 다각도로 촬영하여 모든 방향에서 대상을 바라보도록 하는 장치가 들어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풍경들은 전원(田園)인 경우가 많다. 아마도 de Orlov가 말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이라는 것은 드로잉과 비디오작업의 공존이라는 측면도 있을 테지만,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디지털 장치의 참여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앞에서 말한 바대로, 이러한 작업 방식의 과거 서양의 이상화된 풍경화가 지니는 모종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비현실적으로 성스러운 풍경이 일상의 속세로 임하면서 비로소 소수의 가진 자가 아니라 다수의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얻게 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현실의 장소로 이동한 풍경은 비로소 신들의 시간과 사건, 시각이 아닌 인간의 그것들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Lucia Kempkes의 작품 안에서 사람과 풍경은 주체도 대상도 아닌 공존하는 자들로, 또한 함께 시간을 향유하며 움직이는 자들로 등장한다. 볕이 한가로이 바닥에 눕는 어느 가을날, 연인과 함께 마주하던 그 들판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특별한 시간과 장소, 사람이 함께한 풍경은 단지 그 순간에만 존재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업(전시)에서 우리는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새롭고 특별한 풍경들과 조우하게 된다. 작가의 신체가 개입한 드로잉과 종이로 만든 입체 작품들 그리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생산해낸 아날로그적인 이미지들. 그것들이 결합하면서 일구어낸 하나의 독특한 장면들. 그것은 아마도 당신의 감정 상태와 상황 그리고 그 순간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에 의해 언제나 이동하고 변신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실의 장소(우리가 거주하고 머무는 바로 이 장소)로 자리를 옮긴 풍경이 지니는 미덕이다.

 

"이 원고는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6 국외 입주작가 워크숍 자료집에 수록된 것입니다."

 

 

 

 

김지혜

Jihye Kim

Aestheti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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