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와 섬 밖 사람들, ‘잘못된 만남’

“제주비엔날레 시작부터 ‘흐림’, 김준기, 김지연 등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지역 미술 업그레이드를 기대했던 제주미술인들의 염원에 상처”

평화의 잉태를 상징하는 김해곤 작가의 작품 '한 알'

 

부족한 시간 때문인지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한 제주비엔날레에는 제주관광공사,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서울문화재단, 성북문화재단, (사)제주올레, (사)탐라미술인협회, (사)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 등 도내외 협력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제주성’을 대표하는 제주 대표기관들이 제주비엔날레 서포터스로 올인한 형국이다.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추경도 모자라 JDC까지 후원사로 참여, 예산만으로 보면 도내 단일 문화행사로 최고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미 계약 강행 혹은 작품비 일부 지연 등 제주비엔날레는 처음부터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김준기 관장은 도립미술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이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가 돼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나아가 “개관 7년차 도립미술관은 아직도 고쳐야 될 것들이 많고, 차별화해나갈 것 등이 과제"라며 제주문화 융성, 도립미술관 역량 강화와 미술관 운영의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한 연구 기관으로서의 위상 강화를 언급했다.(2016년 8월 25일자 한라일보)
 

하지만 개막 이틀 전 아시아의 별 보아를 홍보대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겼고 지역 기자들과의 소통 방식도 구설수에 올랐다. 김준기 관장이 표현했던 ‘제주사회에 뿌리내리는 시간 1년’에 대한, 지역사회의 성원에 대한 첫인사는 실망스럽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위원회 같은 견제기구의 부재, 전문가 양식의 문제 또 ‘김준기 스타일’이라는 표현까지 언급됐다. 

 

지난해 12월 8일 ‘제주비엔날레 2차 토론회’에서 양은희(건국대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교수는 주광현 교수가 먼저 제시한 다양한 키워드 때문에 “비엔날레의 위상이나 방향성을 잡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예견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김지연 큐레이터는 적은 예산규모를 빗대어 “행사 주체가 제주사람이 돼야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어떤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를 불러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며 작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2016년 12월 8일자 제주도민일보)

 

알뜨르 프로젝트의 수작 최평곤 작 '파랑새'

 

하지만 지난 2일 뚜껑이 열리자마자 알뜨르의 불친절은 물론 전시 작가의 교체, 전시 방법의 문제, 불친절한 디스플레이, 지역 미술가들에 대한 배려심 부족, 비효율적인 스마트 플랫폼 등 아트올레와 탐라순담을 뛰어넘는 악재들이 쏟아진다.

개막식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알뜨르 비행장 일원에 설치된 야외 미술작품들은 최소 3년간 현재 위치에 전시될 예정'이라며 알뜨르 비행장을 다크 투어리즘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어떻게가 없는 구상을 밝혔다. 향후 알뜨르 프로젝트에 계속해 추가 비용이 보태지는 사례를 남길 수 있을까 염려된다.

 

이러다보니 개혁과 차별화는 고사하고 제주도와 지역 서포터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제주' 이름을 달고 하는 행사가 비엔날레의 기본 양식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행보들은 ‘제주성’에 올인한 지역 기관의 위상 하락은 물론 제주도민의 자존심에도 생채기를 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행정기관의 낙하산 임명을 벗어나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지역미술가들의 기대를 모아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제주도립미술관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며 누적된 불만에 쉬쉬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 둘 터지는 불미스러운 뉴스들, 국제미술전시 경험이 없는 도립미술관의 경험 쌓기와 역량 강화를 위해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제주비엔날레에 ‘제주 현실’ 혹은 ‘예술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제주스타일 비엔날레’는 없다. 잘못된 만남은 인재(人災)의 다른 이름이다.

이재정

Commissioned Artwork - 박주애
박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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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원
Self Portrait-The Crowd 7.8”x3” Acrylic, conté, oil pastel on cigarette cas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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