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N. Schmidt, Pferdegasse 19, 48143 Münster, Deutschland

우리는 계단을 오르고 있다.

계단은 수차례 이어져 오르다 보면 몇 층인지 잊게 된다.

(그는 늘 사람들을 그의 공간으로 초대하기에 앞서 어떠한 통로를 걷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그의 공간에 들어설 준비를 한다.)

어느 한 층에 다다르자 문지기 남자가 있다.

그는 우리가 가야 할 문을 알려준다.

그 문을 열자 또 다른 두 개의 문이 있는 작은 복도이다.

그 중 오른쪽의 문은 잠겨있다.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면 방치된 한 공간이 보인다.

왼쪽의 문에는 눈구멍이 나있다.

그 왼쪽 문을 노크 없이 연다.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내가 이 방의 주인이 된 양 문의 눈구멍으로 우리가 있었던 복도를 본다.

방안은 어둡고 얇은 커튼이 쳐진 창문 둘이 나란히 있다.

반대편 벽에는 화면이 하나 있다.

그 화면에는 이 방과 꼭 같은 방이 보여진다.

나는 이 방에 혹시나 카메라가 있는지 살핀다.

내 일행이 말한다.

“봐, 저기 남자가 하나 있어.”

화면에 남자 한 명이 지나간다.

그러나 그는 금세 지나갔고 이 방에 우리밖에 남지 않았기에 다음 문을 연다.

문을 엶과 동시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한다.

이 방에는 전신 거울이 있는 옷장이 하나 있다.

나는 다음 문을 연다.

우리는 흰 욕실에 있다.

욕실엔 아주 평범한 세면기, 변기, 샤워부스가 있고 조명은 희다.

세면기에는 물이 새고 있다.

그가 다녀갔을까.

반대편 문을 열고 나가자 문이 몇 있는 복도다.

다음 문을 열자 우리는 다시 어둡고 얇은 커튼이 쳐진 방이다.

문을 또 열자 나는 거울 속 나를 본다.

그리고 또 문을 열면 우리는 욕실이다.

세면대의 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우리는 이 분리된 공간을 헤매인다.

 

 

 

 

Palais Bellevue, Schöne Aussicht 2, 34117 Kassel, Deutschland

나는 한 저택의 삼층에 있다.

작고 오래된 저택이다.

벽에는 사진 액자들이 걸려있다.

사진 속 피사체는 모두 지푸라기 더미들이다.

 

다음 방에는 초록색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어둡다.

방의 중앙에는 물고기 덫이 부유한다.

벽에는 아마존 밀림의 나무들이 있다.

 

나는 다음 방으로 간다.

이곳에는 스크린이 하나 있다.

오르간,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그리고 플루트가 들려온다.

화면 속 청소기 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나는 계속해서 왼쪽의 방으로 간다.

다른 궁전들이 그러하듯 이곳의 방과 방들은 이어져 나열되어 있다.

다음 방에는 하늘색 물감이 흘러내리는 캔버스가 있다.

그 그림의 중앙에는 진한 붉은색의 삼각형이 우뚝 서있다.

 

하늘색 캔버스 옆에는 손잡이가 없는 문이 하나 있다.

그 문에는 열쇠 구멍 또한 막혀 있다.

어느덧 벽이 되어버린 문이다.

 

마지막 방에는 하나의 그림이 걸려있다.

지금의 시각은 정오이다.

나는 되돌아 방들을 지나 걷는다.

이 저택의 마루는 모두 나무인데 그 무늬가 방마다 묘하게 다르다.

 

계단을 내려간다.

나선형 계단이다.

나는 계단의 난간에 조심스레 왼손을 얹어본다.

 

 

 

2017년 독일에서는 10년에 한번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와 5년에 한번 열리는 도큐멘타를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두 전시는 한 미술관에 국한되어 열리지 않고 도시 곳곳에 있는 다양한 건물을 활용하여 설치된다. 첫 글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설치된 그레고어 슈나이더의 작품을 묘사하고 두 번째 글은 도큐멘타14 중에서도 벨뷰저택의 3층이라는 특정 전시 공간을 보여준다.

 

김슬기/Claire ​

“김슬기”로 태어나 “Claire”와 “김슬기”를 겸하며 살고 있다. 현재 ​독일 카셀에서 미술학을 전공하며 도큐멘타 14 프레스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dogwan@naver.com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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