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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WE LIVE, 아파트를 둘러싼 사람들

정재은 감독의 영화 는 을 읽으며 세운상가를 서성이는 여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1995)은 지금은 카리스마 넘치는 영화감독인 유하가 말랑말랑한 감수성의 시 쓰는 청년이었을 때 쓴 시집으로, 유하는 ‘시인의 산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겼다. “시간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는데, 난 자꾸 멈칫멈칫 뒤돌아본다.” 앞서 달리지도, 약삭빠르지도 못한 두 창작자가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는 공통적이지만, 의 등장은 시기적으로 꽤 절묘하다. 최근 한국 주택시장의 뜨거운 이슈는...

입장전환, 혹은 (The Tables Turned), ‘선생님, 지구는 살아있나요?’

선생님, 지구는 살아있나요?   “자연은 주는 가르침은 달콤하지만, / 우리의 지성은 이를 간섭해서 / 아름다운 자연을 왜곡시키고, / 해부하여 죽이고 있다네“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의 시 ‘입장전환(The Tables Turned)’에서 발췌   5월 18일, 나는 한 한국 초등학교의 영어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날의 학습목표는 “생물”과 “무생물”의 개념의 이해였는데, 교과서에선 생물과 무생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었다....

팀 셔록 인터뷰, by 세스 마틴

1부: 한국을 보는 서구 언론의 시각과 미국의 통속적인 견해 세스 마틴: 당신은 2차 세계대전의 여파 속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선교사의 자녀로 자랐고, 또 전후의 황폐화와 재건 기간 동안에 혼돈과 빈곤이 만연했던 시기에 그 두 나라를 보았다. 당신의 뿌리와, 무엇이 당신을 탐사 보도 기자로 만들었는지 얘기해줄 수 있는가?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광주의 이야기에 관여하게 되었는가? 팀 셔록: 그 여정은 내가 1959년~1961년에 서울에서 살았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구럼비 노래

1 수백 년 동안 우리는 이 섬에서 살아왔지 한라산의 그림자 안에서 어떤 울타리도 도둑도 없이 열매와 물고기를 나누면서 나는 할머니와 잠수도 했지 그러나 이젠 파괴의 무리가 들어와 이 모든 것을 짓밟아버리는 구나   (원곡 후렴구) 나는 알아야겠네 친구여 나는 알아야겠어 친구여 내가 어디를 가든 굶주린 이들이 내게 물어 동료와 친구들 모두가 내 옆에서 쓰러져 가는데 나는 알아야겠어 친구여 나는 이제 알아야겠어   2 게와 돌고래는 내 어린 시절의 벗이었지 우리는 구럼비 위에서...

내가 연애 ‘을’이 된 이유 / 서울에서 잠시 즐겨본 ‘킨포크 라이프’

1 내가 연애 ‘을’이 된 이유 지금 어떤 30대 남자는 얼마나 더 쪼그라진 삶을 사느냐의 문제로 연애 ‘을’이 되기도 한다. — 내 여자친구는 운다. 어제도 울었고, 그제도 울었다. 아무래도 눈을 보며 대화로 풀어도 부족한 문제를 울고불고 어물쩍 해결하려는 것 같다. 한 여자와 만나고 헤어지길 대략 열 번쯤 반복하다 최근 가까스로 결혼한 친구는 말했다. “그런 앤 결혼하고도 똑같다. 정리해버려. 아니면 하자는 거 다 들어주든가. 우리 알지? 요새도 싸울 때...

조각 같은 도시의 더 작은 한 조각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십대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나는 내가 사는 작은 섬을 떠나 큰 세계를 탐험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처음으로 내가 자란 집을 떠난 뒤엔 숱한 이사의 연속이었다. 매해 이사를 다닌 건 물론이고, 2년에 한 번 꼴로는 도시를, 3년에 한 번 꼴로는 나라를 옮겨 다녔다. 여전히 내년 이맘 때 내가 어디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처지이다. 이런 나에게 정착이란 아직까지 멀기만한 꿈이지만, 내가 존재한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